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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지나치듯 본 일본영화의 '짤'에서 "사랑은 밥을 주진않지만, 밥을 맛있게 만들어 준단다"라는 대사를 본 적이 있다. 당시 사랑에 관해 고민하던 때라(여전히 고민은 진행 중) 깊이 공감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 '예술'도 그런 존재가 아닐까?

 

어릴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입시를 치르고 미대에 진학해 허접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또 미술관에서 에듀케이터로 일해온 나에게 누군가 그래서 당신은 '예술' 덕분에 인생이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NO라는 대답이 더 빨리 나올 것 같다.

 

사실 입시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잘 그릴 수 있는 훈련'을 해왔지 내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고,

막상 대학은 들어가니 전공이 맞지 않아 오롯이 그 시간을 즐기지 못했다. 또 대학엔 재능있는 친구들이 참 많았었고 그들이 뚝딱뚝딱 표현을 참 잘해내었다. 평생 그림을 그리고, 또 잘 그렸지만(그때 당시에는..) 난 대학이후에 예술로 행복하지 않았다.

 

어릴때 물감놀이를 하고, 마음가는대로 상상하던 것을 그리던 때는 참 행복했었는데 오히려 전공을하고 일을 시작하며 업무로 '예술'을 접하자니 '전공자'라는 감투가 참 버겁게 느껴졌다. 사석에서는 내가 미대나온 것을 알기라도 하면 그림이 필요한 순간에 "오 그럼 그림을 당신이 좀 그려주세요"라고 할까봐 입을 꾹 다문적도 많았다. (많은 미대 졸업생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심지어 미술관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잠시 갤러리스트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땐 일을 그만두고 1년간 전시를 보지 않았다. 전시를 보러가면 마치 일을 하러가는 기분이었다. 당연히 업무역량도 늘지 않았고, 늘 멈추어 있었다.

전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어도 "음.. 역시 현대미술은 이해할 수 없어요" 라는 대답만 들을 뿐이었다. 그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어릴때 내가 그림을 그리며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 행복을 나누는 일이 하고싶었다.

 

내가 얻은 방법은 바로 '교육프로그램'이었다. 작품은 때로 우리에게 '불친절'하다. 가끔 전시장에서 '음.. 좋은 뜻 담고 있는 건 알겠는데, 그게 내 생활이랑 무슨 상관이 있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때 교육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작품의 메시지와 나의 삶을 연결하는 선을 만들어줄 수 있다. 그 선들은 다양한 색깔, 방향, 길이, 모양을 지니고 있어서 어디에든 나의 생각과 연결하고 엮어낼 수 있다.

 

사실 나는 '교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예술을 교육받는 것은 우리의 상상력에 한계를 만들어 낸다.

그림 좀 못그리면 어떤가? '교육'이라는 단어 안에 우리의 잠재력을 가두지 말자.

미술입시를 하고, 미술학사를 따도(전공은 공예였다) 10년간 그림을 안그리면 못그린다. 전공자가 오히려 더 두려워한다.

 

형태가 없어도, 색이 좀 이상해도 그냥 그것은 '내 것'이다. 세상에 나만 만들 수 있는 단 하나의 것이다. 

그저 우리의 일상에 내가 푹 빠질 수 있는 작은 예술이 있다면 조금은 밥이 맛있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예술은 밥을 먹여주진 않지만, 밥을 맛있게는 만들어 줄겁니다..아마도.."

-오늘, 그림

 

 

*예술의 범위는 다양합니다. 다만 저는 미술전공에 미술관 에듀케이터의 경험을 담아 블로그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미술에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겁니다) 음악, 연극, 과학 등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였고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서는 다양한 일상적 행위들과 미술, 음악등이 마구 짬뽕되어 '예술'의 이름을 빙자하여 등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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